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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에 인포그래픽을 허하라…<랭면의 취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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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과 함께한 평양랭면 프로젝트의 신나는 제작후기

 

작당의 서막, 일폭탄이 터질 줄도 모르고…
날이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하던 2018년 6월 27일이었다. 경교장 근처에 볼일이 있어 나가는 택시 안에서 불현듯 생각이 나서
<경향신문> 뉴콘텐츠팀의 이인숙 팀장에게 페북 메시지를 넣었다.
사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어느날 <경향신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본 적은 없으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던 황경상이란
기자였다. 취재기자면서도 데이터에 밝고 개발에도 관여하는 인물이라고 한다리 건너 들었다. 그의 용건인 즉슨 자신이 근무하는
경향신문사 내부 사람들에게 인포그래픽과 종이신문에 관한 사내 특강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얼굴이라도 볼겸 흔쾌히 수락했고 특강은 5월 14일 저녁 경향신문사 사옥에서 진행되었다. 특강을 마친 후 아주 간단한(기대도
아니 했지만 오죽하면 간단하다고 쓸까) 뒤풀이가 있었다. 의례 그렇듯이 신문쟁이들이 모이니 종이신문의 역할, 미래 그리고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소비방식의 변화와 대책 등을 안주거리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한 달 정도 후 6월 14일, 이번에는 홈그라운드인 홍대앞에서 뉴콘텐츠팀과 재차 회동을 가졌다. 지난 뒤풀이의 미진한
회포를 풀고 뭔가 작당거리를 상의해 보자는 취지였다. 자리는 흥겨웠고 신문에 대한 열정과 의지들이 달아 오르며 술상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자고난 다음날 아침이 되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어제 그대로였다. 꿈이었나 나비었나?
데자뷰, 그랬었다. 항상 이랬다.
그동안 여러 곳의 언론사와 언론진흥재단에서 신문과 인포그래픽 등에 대해서 특강을 했지만 항상 바뀌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2년 전에는 일간지 한 곳과 진지하게 도모를 했었다. 인포그래픽과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강의를 4회 정도 하고
지면을 잡고 구체적인 시도를 했었으나 중도에 엎어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아쉬운 일이었다. 이렇게 제자리걸음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이 팀장에게 기별을 했던 것이다. “점심 약속 없으시면 잠깐 볼까요?”

디자인진흥원, 코로나19 대응체계…”피해현황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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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진흥원, 코로나19 대응체계…”피해현황 모니터링”

 


한국디자인진흥원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디자인계의 피해 현황을 조사하면서 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및 중국에 진출한 디자인기업들 상당수가 국제행사 취소, 중국 공장 가동지연 등으로 제품 제작, 납기 차질, 거래ㆍ수금 지연,
인력 부족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과 계약한 캐릭터 이동식 저장장치(USB) 제작 및 납품이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지연됐고, 포터블 공기청정기 중국 제조기업
역시 생산지연으로 홈쇼핑 판매가 취소됐다. 이외에도 자택격리, 통역 및 동행자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계약이 지연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재 디자인진흥원이 운영 중인 중국 소재 디자인비즈센터 입주 기업 18개가 중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업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디자인을 통한 사회적 책임 실현에 힘쓰고 있다. 203인포그래픽연구소는 코로나19 예방 및
대처 방법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공공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디자인진흥원은 대면업무 최소화, 예방수칙 홍보, 24시간 비상운영체계 구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화상회의, 웹세미나, 화상평가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 ‘수출지원기반활용사업’, ‘디자인인력지원사업’ 등의 검수평가를 화상평가로 전환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디자인계의 피해 여부를 수시 모니터링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대응지침을 게시하는 등 디자인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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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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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토박이가 직접 고른 카페 1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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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외관… 숨겨진 정원… 70년대풍 소품… 여기가 진짜 ‘홍대 카페’

 

홍대 토박이가 직접 고른 12곳

일러스트=허경미, 카페 정보=스트리트 H 편집부 제공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홍대 인근 카페들은 원래 별스러운 취향을 가진 젊은이들을 설레게 하는 곳이었다. 혼자서 몇 시간씩 앉아있어도 마음이 쫓기지 않고, 먹을거리와 인테리어에 작은 디테일을 더했던 그곳은 그들에게 놀이터이자 안식처고, 작업실이었다.

골목길 사이에 가만가만 생기던 카페들이 사랑을 받자 이를 모방한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더니, 이젠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비집고 들어와 홍대 일대를 장악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카페’라니 ‘홍대 카페’를 사랑하는 이들은 오히려 갈 곳을 잃어버렸다.

이런 이들을 위해 홍대 앞을 대표하는 동네 잡지 ‘스트리트 H’가 ‘홍대 카페’12곳을 선정해 소개하는 책자를 냈다. 2009년부터 홍대 인근의 문화 예술 생산자들과 동네 소식을 전해온 ‘스트리트 H’는 그동안 쌓인 콘텐츠를 ‘아코디언 북’ 시리즈로 펴내기로 했다.

 

첫번째 시리즈는 ‘홍대 카페’를 주제로 한 ‘홍대 앞 매력적인 카페 12곳'<사진>. CD 케이스 크기만 한 아코디언 북은 병풍처럼 쪽 펼칠 수 있으며 페이지마다 일러스트레이터 허경미씨가 그린 카페 그림이 있다. 홍대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오리지널 홍대 카페’들을 모아놓은 안내 책자인 셈이다.

카페 선정 기준은 ▲설립된 지 3년 이상 된 역사가 있는 곳 ▲홍대 앞 문화의 색깔에 잘 맞으면서 지역사회의 장이 되는 곳 ▲홍대 피플의 애정을 받고 있는 곳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곳이란다. 이 기준에 따라 ‘스트리트 H’ 편집부와 허씨가 함께 고른 ‘홍대 카페’ 12곳을 소개한다. 허씨는 선정된 카페 12곳을 방문해 직접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①카페 수카라
산울림소극장 1층에 있는 이곳은 오가닉 음료와 음식을 선보여 사랑받고 있다. 종종 열리는 전시도 수준이 높으며 쿠킹 클래스 등 문화 행사도 자주 열린다. 오픈 주방과 연결된 카운터 바가 포인트로 쾌적하다. (02)334-5919, 마포구 서교동 327-9, www.sukkara.co.kr

②커피 랩
훈남 바리스타들이 재빠르게 뽑아내는 커피는 그야말로 최고다. 천장 가득 의자가 매달려 있는 멋진 인테리어와 유독 시크한 젊은이가 많다는 것도 특징. 이탈리안 카푸치노의 부드러운 맛을 적극 추천한다. (02)3143-0908, 마포구 서교동 327-19

③몹시
‘초콜릿 케이크’라는 서브 네임이 더 잘 어울리는 곳. 초콜릿 케이크, ‘퐁당 오 쇼콜라’가 유명하다. 초콜릿 음료, 아이스크림은 모두 직접 만드는 곳으로 클래식한 로열 블루의 외관이 멋스럽다. (02)3142-0306, 마포구 서교동 334-16

④조이스 카페
서교초등학교 부근 카페가의 원조격. 이국적인 파란색 외관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고메 샌드위치와 수프로 유명한 브런치 레스토랑.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가 그려진 벽면 등 독특한 인테리어도 인기 만점이다. (02)324-5214, 마포구 서교동 333-17

⑤토라 비
차고였던 자리가 소품 가게로 변한 게 토라 비의 시작. 이후 창고를 터서 카페로 변모했다. 흰 나무판과 소품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일본풍이 느껴진다. 숨겨진 아지트 같은 매력이 넘치는 곳. (02)6408-8038, 마포구 서교동 347-12

⑥에이 카페
병아리색 차양과 노란 벽면이 어우러진 작은 카페. 유독 작은 카페가 많은 골목길에서도 눈에 띈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강점이다. 커피도 맛있지만 이곳에서는 밀크티와 차이라떼 같은 메뉴가 제격이다. (02)338-8691, 마포구 서교동 339-3

 

⑦자리
2006년 열었으며 프리랜서, 예술가, 뮤지션이 많이 오가는 서교동의 한적한 골목에 있다. 영화 ‘기다리다 미쳐’에 데니 안과 장희진의 데이크 장소로 등장하기도 했던 카페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장점. (02)3142-7412, 마포구 서교동 400-22

⑧405키친
반짝반짝 불이 들어오는 노란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 405키친.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테이블 좌석뿐만 아니라 숨겨진 정원까지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했으며 커피 맛도 훌륭하다. (02)332-3949, 마포구 서교동 405-13

⑨비하인드
홍대 카페의 정서를 대변하는 곳이다. 2003년 극동방송국 뒤편의 원래 자리에서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이전 후에도 편안하고 세련된 콘셉트와 분위기는 여전하다. (02)3141-7212, 마포구 서교동 404-26, www.b-hind.com

 

⑩다방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와플과 팬케이크로 유명한 카페. 이탈리아어로 ‘전진’을 뜻하는 ‘아방(Avant)’에 관사를 붙인 ‘다방'(D’AVANT)이다. 식사와 잘 어울리는 풍미 진한 커피까지 완벽하다. (02)325-5510, 서울 마포구 서교동 411-16

⑪제니스 카페테리아
2002년 열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홍대 정문 앞의 제니스 카페테리아가 옮겨왔다. 따뜻한 오렌지와 그린 컬러의 실내는 유럽의 가정집에 온 듯한 느낌. 파스타와 피자 같은 이탈리아 음식도 맛있다. (02)3141-7891, 마포구 창전동 436-7

⑫몽마뜨르 언덕 위 은하수 다방
인디 가수 ’10센치’가 단골이며 동명의 노래도 헌정해서 유명해진 곳, 팔각성냥, DJ박스, 다방 커피 등 1970년대 향수를 자아내는 소품들이 멋스럽다. 가게 옆에 붙은 작은 정원도 사랑받는 이유. (02)332-0248, 마포구 서교동 401-12

 

 

출처: 트래블 조선 2012.02.23

Design in Cinema – 11. <맨 인 블랙>(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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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미래를 실현하다

 

멕시코와의 국경지대.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멕시칸 일행이 검문에 걸린다. 이때 검정색 정장을 입은 두 사내가 나타나 국경수비대를 제치고 밀입국 시도자 중 유독 한 명만을 숲속으로 데려가 심문한다. 심문을 받던 자는 알고 보니 외계인. 목격자들인 국경수비대들에게 기억을 지우는 플래시를 사용하고 자리를 뜨는 사내들의 정체는 MIB의 비밀요원.

장면이 바뀌고 뉴욕의 중앙역인 그랜드 센트럴 역 앞. 제임스 에드워드(윌 스미스) 형사가 범인을 추격 중이다. 범인은 인간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월등한 점프력과 체력을 가졌다. 결국 달아난 곳은 하얀색 달팽이를 닮은 건물의 옥상이다. 바로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다.

 


▲ (위) 달팽이 또는 화장실 좌변기로 불리며 조롱받았던 구겐하임 미술관.
(아래 좌) 나선형의 내부는 꼭대기 층부터 경사로를 내려오며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는 구조.
(아래 우) 구겐하임 미술관의 모형을 검토하는 생전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 건물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칭송받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말년에 설계한 작품이다.
1867년생인 프랭크는 68세이던 1935년에 자연 속의 폭포와 어우러지는 주택인 ‘낙수장(Falling Water)’이라는 작품으로 그의 건축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1943년에 갑부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솔로몬 R 구겐하임으로부터 자신의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프랭크는 그가 평생을 통해 추구해왔던 유기적 건축에 걸맞은 나선형 설계를 내놓았다. 기존의 미술관들이 수평으로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방과 방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면, 구겐하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꼭대기 층에서부터 둥근 나선형 경사로를 천천히 걸어 내려오며 감상하는 획기적인 구조였다. 이 설계안이 공개되자 예술가와 평론가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게다가 2차세계대전까지 겹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그 사이 의뢰주가 사망하는 등 악재 끝에 수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을 거치며 완공까지 16년이나 걸리게 된다. 결국 프랭크는 완공 몇 개월 전인 1959년에 92세의 나이로 미술관 개관을 보지 못한 채 안타깝게 세상을 뜨고 만다.

자신이 추격하던 용의자가 구겐하임의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자 그를 추격했던 제임스는 과잉추격 혐의로 궁지에 몰리고 만다. 이때 MIB의 요원 K가 나타나 제임스를 구해준다. 요원 K는 제임스에게 MIB라는 조직에 대해 알려주며 요원으로 지원할 것을 권한다.

 


▲ (위) MIB에 지원하기 위해 모인 군관계 엘리트들과 주인공이 앉은 의자가 아이볼 체어.
(아래) 핀란드의 디자이너 에로 아르니오.
(우) 아이볼 체어.

 

MIB는 외계인 대응기구로서 정부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 독자적인 비밀기구다. MIB에 시험을 보러 온 지원자들은 뉴욕시의 평범한 형사인 제임스를 제외하곤 대부분 군 관련 엘리트 출신들이다. 그들이 필기시험을 볼 때 앉았던 의자가 평범하지 않다.
이 의자는 MIB II의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의자다. 달걀의 반을 갈라 만든 듯한 모양의 이 의자는 ‘볼체어(Ball Chair)’로 유명한 핀란드의 디자이너 ‘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가 1956년에 디자인한 작품으로 ‘아이볼 체어(Eyeball Chair)’다. 그가 1963년에 디자인한 볼체어는 ’화성침공‘에서도 등장했다. 이래저래 SF영화의 단골 의자인 셈이다. 1932년생인 아르니오는 나이가 들수록 훨씬 더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했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강아지 모양의 퍼피, 새모양의 티피, 망아지 모양의 포니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발랄하다.

 


▲ 발랄하기 짝이 없는 아르니오의 의자들. 좌측부터 포니, 퍼피, 티피.

 

엉뚱한 발상의 좌충우돌 형사인 제임스는 K의 보증으로 정식요원 J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까지의 모든 신원정보가 삭제되고 심지어는 지문까지도 지운 채 J라는 이니셜로만 통하는 외계인 대응부서의 신출내기 요원이 된다. 요원이 되자마자 위수지역을 이탈하려는 외계인을 체포하라는 출동명령을 받는 J. J가 국장 제드의 방에서 앉아 있던 의자가 낯익다. 바로 덴마크의 건축 디자이너 아르네 제이콥슨(Arne Emil Jacobsen, 1902~1971)이 1958년에 로열 코펜하겐 호텔을 위해 디자인했던 ‘스완의자(Swan Chair)’다.

 


▲ (위) MIB 본부의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스완의자.
(아래 좌)  덴마크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아르네 제이콥슨.
(아래 우) 스완의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1997년도 뉴욕 배경인 영화이지만 MIB의 본부는 외계인들의 문명을 흡수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처이다. 그런 곳에 왜 1950년대 디자인된 의자가 놓여 있고, 그 당시에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등장할까?

 


▲ 유사한 형태를 가진 볼체어와 구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그 이해를 위해서는 디자인 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세기말 화려하게 꽃피웠던 아르누보(Art Nouveau)에 이어 1930년대를 구가했던 아르데코(Art Deco)는 불황과 2차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위세가 사그라졌고, 모던 디자인(Modern Design)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가 형태적 차이는 있으나 장식적인 것에 반해 모던 디자인은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유선형의 형태를 특성으로 한다. 그 특성에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 즉 구 소련과 미국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경쟁하던 우주시대가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의 모양은 모던 디자인의 대표적 표상처럼 보인다.

 


▲ 영화의 마지막 격전지는 뉴욕 세계박람회가 열렸던 장소.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던 디자인의 흔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퀴벌레 외계인과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장소는 뉴욕주의 외곽인 퀸즈의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파크(Flushing Meadow-Corona Park)’다. 극중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간과 처음 접촉하고 화친을 맺은 장소이자 그들이 타고 온 우주선으로 조형물을 만든 장소로 등장한다. 실제로 이 장소는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다. 이 박람회의 테마가 ‘이해를 통한 평화’, ‘인간의 성취에 의한 확대된 우주와 축소된 세계’였다. 이러한 테마와 거대한 지구본 모양이며,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영화의 배경으로는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등장인물이 착용하는 선글라스와 정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수트(Lounge Suit, 라운지 수트의 준말)의 발생시기를 1840년 정도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초기의 형태에서 그다지 많은 변화가 없다. 더구나 상복과도 같은 검은 정장은 색상마저 절제되어 있어서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이다. 그런 이유로 검은 정장은 맨 인 블랙 외에도 SF영화의 단골 의상이기도 하다. ‘메트릭스(The Matrix, 1999)’의 미스터 스미스와 ‘가타카(Gattaca, 1997)’의 주인공 빈센트도 검정 정장을 입었었다.

 


▲ 검은색 정장은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

 

영화의 도입부에서 K가 제임스에게 말한다.
“인간들은 1500년 전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500년 전에는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했어.
5분 전에 너는 지구에 인간만 사는 줄 알았지. 내일은 어떤 진실이 기다릴까?”
흔히들 SF작가를 현대의 예언자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현재와 미래의 사이를 연결하는 예언의 실현자가 아닐까?

 

출처: 타이포그래피 서울 – TypographySeoul, http://www.typographyseoul.com

Design in Cinema – 10. <킹콩>(1933, 197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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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킹콩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뉴욕이란 도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수많은 상징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한 건물이다. 건물치고는 이름도 거창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뉴욕스테이트, 즉 뉴욕주의 별명이다. 윌리엄 램의 설계로 1931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수많은 영화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러브 어페어>나 <잠 못 이루는 시애틀> 같이 로맨틱한 곳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주로 테러나 공격의 대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 빌딩에 오른 것은 킹콩이다.

<킹콩>은 영화로만도 세 번 제작되었다. 1933년에 제작된 첫 번째 영화에서부터 킹콩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오른다. 두 번째, 1977년 작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세계무역센터에 오르지만 세 번째인 2005년에는 다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물론 배경이 첫 번째 영화와 같기도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영화를 감독한 피터 잭슨(Peter Jackson )이 시대적 배경을 1933년으로 정한 것은 이 시대가 “마지막 탐험의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공위성도 없고, 전자기기와 컴퓨터가 없는 아날로그 기계시대였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가 가능하고, 모험과 탐험도 가능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 (위) 센트럴파크. 지금은 녹지공간이지만 대공황 당시에는 판자촌 슬럼가를 방불케했다.
(아래, 좌) 기계의 발달은 화석연료 소비량을 늘렸고 도시는 스모그로 가득했다.
(아래, 우) 전세계적으로 몰아친 대공황은 대량실업을 불러일으켰다.

 

황량한 센트럴파크(Central Park)의 전경과 함께 펼쳐지는 음울한 1930년대의 뉴욕 풍경. 거리는 스모그로 가득 차있고, 실업자들은 줄을 서서 구세군이 나눠주는 구호식품을 기다리고 있다.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일컫는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으로 세계는 경제공황에 빠지고 제 1차 세계대전 전승국이었던 미국 경제의 황금기도 맥을 추지 못하고 몰락하던 시기다.

조그만 소극장에서 코메디를 연기하는 여주인공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도 극장이 차압을 당하자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자신이 흠모하는 극작가 잭 드리스콜이 소속된 사무실의 관계자를 찾아가 일자리를 하소연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변두리 스트립쇼 극장에 가보라는 조언뿐이다.

 


▲ (위) 대공황 시절, 무명 여배우의 선택은 좁기 그지 없다.
(아래, 좌)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칼 덴햄 감독.
(아래, 우) 투자자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해외 촬영을 떠나려는 칼 감독이 수배한 배, 벤쳐호.

 

한편 도시의 다른 한 곳에서는 영화감독 칼 덴햄(잭 블랙)이 투자자들을 위한 시사회를 열고 있다. 담배연기 자욱한 시사실 분위기는 무겁다. 투자자들은 칼의 독특한 취향과 고집으로 가득한 영화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결국은 영화를 접고 다른 영화사에 팔기로 결론을 내린다. 이를 눈치 챈 칼은 한 발 앞서 조수와 함께 촬영 기자재를 빼돌려 해외 촬영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섭외했던 여배우가 출연을 거부한 탓에 급작스레 여배우를 섭외하게 된 칼. 변두리 스트립쇼 극장가를 찾은 칼의 눈에 스트립쇼 극장 앞에서 망설이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는 앤의 모습이 들어온다. 자존심을 지키고자 돌아섰지만 며칠째 식사를 하지 못한 앤은 노점상의 사과 한 알을 훔치다 들키고 칼의 도움으로 곤경을 면하게 된다. 앤은 갑작스레 식사까지 대접하며 캐스팅 제의를 하는 낯선 남자의 제안과 정체가 불안하지만 잭 드리스콜이 극본을 쓴다는 말에 칼을 따라 항구로 나선다. 영화 극본을 쓰던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을 감언이설로 배까지 오게 한 칼은 선장을 구슬려 마구잡이로 배를 출발시키고, 잭은 어쩔 수 없이 무모한 모험의 일원이 되고 만다. 그들의 앞에 놓인 운명을 예고라도 하듯이 배의 이름마저 벤처(Venture)다.

 


▲ 해골섬의 장관을 찍기 위해 스탭과 함께 상륙하려는 칼 감독과 일행.

 

한가로이 선상 촬영을 하며 순항하던 배에 칼을 체포해 랭군으로 귀항하라는 전보가 들어오고 촬영장 분위기는 어수선해진다. 그러던 중 배는 풍랑과 함께 위치를 가늠할 수 없는 해골섬으로 떠밀려 간다. 칼은 미지의 세계를 필름에 담을 욕심으로 일행을 재촉해 섬으로 향하지만 원주민에게 앤을 뺏기고, 목숨만 건져 간신히 모선으로 돌아온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구출대와 함께 섬으로 가지만 이미 앤은 원주민에 의해 거대한 고릴라 ‘킹콩’의 제물로 바쳐지고 난 뒤다.

 


▲ (위, 좌) 킹콩에게 제물로 바쳐진 앤 대로우.
(위, 우) 킹콩의 1:3대 결투. 이 장면만 없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었을 텐데 아쉽다.
(아래) 모험을 함께한 뒤 킹콩의 숙소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두 주인공.

 

구출대는 킹콩을 뒤쫒지만 역부족이다. 앤은 기지를 발휘해 코메디 연기를 펼쳐 킹콩을 구슬린다. 그러다 영화는 갑자기 쥬라기 공원으로 배경을 옮긴 듯 공룡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앤을 보호하려는 킹콩과 티라노 사우르스의 1대 3 사투가 벌어진다.(이 부분은 정말 넌센스다.) 이런 고난을 겪으며 킹콩과 앤 사이에는 신뢰의 기류가 생기기 시작한다. 킹콩의 보금자리인 절벽 위에서 둘이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교감하는 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천신만고 끝에 앤을 구조한 잭이 킹콩의 추격을 받으며 돌아오지만 칼은 킹콩을 마취제로 생포하기 위해 둘을 이용한다. 영화는 이미 망쳤으니 대신 킹콩을 데려가 흥행을 시키겠다는 칼과 선장의 욕심이 결탁된 것이다.

 


▲ (좌) 화려한 조명과 도시.
(우) 극장의 무대위에 선 킹콩.

 

영화는 다시 뉴욕. 킹콩의 생포에 반대를 했던 앤은 다른 극장의 무용수로 돌아가고, 잭은 소규모 극장에서 자신의 극본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 순간 화려한 조명의 타임스퀘어의 대규모 극장에서는 칼이 ‘세계 8번째 불가사의’라며 킹콩을 소개한다. 크롬으로 제작된 쇠사슬과 족쇄를 채웠다고는 하지만 킹콩을 제어하기는 역부족이다. 순식간에 극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앤을 구조했던 잭을 발견하고 추격하는 킹콩과 택시를 몰며 킹콩을 외곽으로 유인하려다 충돌해 정신을 잃은 잭. 그 일촉즉발의 순간 킹콩의 앞에 나타난 앤. 킹콩은 앤을 데리고 군 추격대를 피해 센트럴파크로 도망을 간다. 재회한 둘은 잠시나마 센트럴파크의 얼음이 언 호수 위에서 망중한을 지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추격을 피해 달아나게 된다. 쫒기던 킹콩의 눈에 높이 치솟은 거대한 건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들어온다.

 


▲ (위, 좌) 마침내 다시 만난 킹콩과 앤 대로우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 킹콩의 고향 풍경과 닮았다.
(중) 킹콩 뒤로 보이는 반복적인 특징의 아르데코 문양.
(아래) 킹콩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위에서 앤을 뒤로하고 슬픈 죽음을 맞이한다.

 

빌딩의 꼭대기로 올라간 킹콩과 앤. 둘 앞에 펼쳐지는 낯익은 풍경. 그러나 이번엔 석양이 아니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킹콩은 자신의 절벽에서 앤이 “아름답다!”며 가슴에 손을 대던 제스쳐를 그대로 보여준다. 빌딩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의미를 이해한 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평화의 시간도 잠시 킹콩을 제거하기 위한 비행편대가 나타난다. 킹콩은 앤을 밀쳐내고 알 수 없는 대상들의 적의에 맞서 저항하다 결국 포기의 눈길로 빌딩 아래로 스러져간다. 킹콩의 주검 앞에서 한 기자가 의문을 품는다. ‘왜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죽었을까? 혹 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했던 걸까?’

왜 수많은 건물 중에서도 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어야만 했을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대표적인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이다. 아르누보에 이어 세계를 휩쓴 양식인 아르데코는 1925년 파리에서 열린 ‘현대장식미술, 산업미술국제전’에서 비롯된 장식미술인 아르 데코 라티프(art decorafif)의 약칭이다. 곡선적인 아르누보와 달리 대칭적인 구도와 직선적 형태, 태양광선 모양, 지그재그, 첨탑 등의 기하학적 모티브와 꽃, 동물 그리고 인간의 형체를 기하적 형태로 표현한 장식적 스타일이다.

 


▲ (좌) 멀리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우) 입구 위의 아르데코 장식들.

 


▲ (좌) 록펠러센터 메인건물에 붙어있는 아르데코 스타일의 부조 작품(리 로우리에 1933년 작).
(중) 거대 잡지사인 허스트 본사. 아르데코 양식의 원래 건물을 유지한 채 그 위로 새로이 증축을 했다.
(우)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과 외벽 장식물들.

 

더 이상 예전의 수공예적 신전과 궁전이 세워지지 않는 근대의 시기에는 자본주의가 신성의 이미지를 대체해 나갔다. 자연적인 곡선이 배제되고 인공적인 선과 형태로 새롭게 장식된 아르데코 스타일의 마천루들은 수직적으로 치솟으며 새로운 신성인 ‘기술과 문명’의 상징으로 근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해나갔다. 그 중에서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그 규모와 기술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기술과 자본의 거대 성전이나 다름없었다. 아르데코 양식 중에서도 특히 남성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완공 당시부터 41년간 세계 최고층 건물로서 아르데코의 메트로폴리스라 불리는 맨해튼에서도 제왕자리를 지켜왔던 건물이다.
그래서 정글의 제왕 킹콩의 눈에도 그 상징성이 보였던 것은 아닐까? 거리에 수많은 알파벳 간판은 읽을 수 없었지만, 멀리서도 눈에 띄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아르데코로 장식된 그 빌딩은 알아 볼 수 있었으리라. 자신의 몸을 숨길 수도 없고, 자신이 지배할 수도 없는 문명의 정글에서 최후를 맞이하기에 어울리는 장소로는 그 곳 밖에 없다는 것을.

 


▲ (좌, 중) 1925, 1930년에 발행된 뉴요커 잡지의 아르데코 양식의 표지.
(우) 아르데코 양식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카상드르의 ‘노르망디’.

 

1930년대에는 그래픽 디자인계도 아르데코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수많은 포스터와 잡지 표지를 아르데코 양식의 일러스트로 가득 채웠다. 노르망디라는 포스터로 유명한 카상드르가 대표적이다. 웅장한 구도와 수직적 배치와 미래적인 상황 등의 묘사가 특징적이다. 이 시기의 애용된 폰트들은 세리프가 없고 가느다란 산세리프들이 주를 이룬다. 전통적인 세리프체보다는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산세리프가 어울렸을 것이다.

영화는 193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지만 미술스텝에는 타이포그래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은 없었나 보다. 거리의 간판 중에는 딘(DIN) 폰트처럼 영화의 시대적 배경보다 뒤에 나온 폰트들이 간혹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피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역사극에 몰입해서 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나 보다.

 

출처: 타이포그래피 서울 – TypographySeoul, http://www.typography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