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영화에서 디자인을 본다

언제부터 그런 버릇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주된 이야기와 상관없이 영화 속에 스며 있는 디자인을 찾아 끄집어내고 엿보는 것이 혼자만의 비밀스런 기쁨이 되었습니다.
예전 과학잡지 아트디렉터 시절 만났던 필자의 컬럼명이자 책제목이 떠오르네요 –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영화에서 디자인을 본다”도 가능하다 싶어 겁도 없이 연재 요청을 수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영화에서 디자인을 본다”라는 말이 영화 자체의 디자인적 스타일이나 예술영화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쓰게 될 글에서는 영화의 주된 줄거리나 테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찾아낼 수 있는 디자인, 디자이너란 직업세계 등을 티타임의 수다처럼 소소하고 즐겁게 풀어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바닐라 스카이>, <완벽하게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라는 영화를 볼까요? 누군가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 이 영화들에서 미국의 잡지산업과 디자인 프로세스를 엿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며 밤늦은 시간 비서 앤디가 편집장에서 전달하던 스프링 제본의 두꺼운 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사람들을 위해, 마치 영화 속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출처: 타이포그래피 서울 – Typography Seoul, http://www.typographyseoul.com